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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디가 들려주는 말 - 이양덕 본문

※{이양덕의♡詩밭}

캔디가 들려주는 말 - 이양덕

이양덕 2016. 8. 3. 11:11

 

 

 

   캔디가 들려주는 말

 

                                     이양덕

 

 

     아버지는 남대문 시장에서

     미국산 캔디 한 상자를 사오셨는데

     별, 체리, 딸기, 토끼, 번데기, 처음 본

     아이는 신기해서 눈이 휘둥그레졌다.

 

     희미한 호롱불은 가물거리는데

     잠이든 내 입속에 캔디를 넣어주며

     '너를 보고싶어서 왔다' 던 행복한 시간과

     낯익은 웃음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지금

     이불속에 나를 파묻어 놓고

 

     캔디 목걸이를 칭칭 감고 있는데

     그리움이 떼구르르 굴러서 눈가에 맺히고

     입안에 퍼지는 박하향 캔디가

     나뭇잎처럼 버석거리는 혀를 핥는다.

 

     캔디! 너의 분홍색 말이 달려와

     내 귓불에 달콤하게 박히면

     꽃신 신고 봄 길을 거닐 듯

     오늘내일 모레도 복사꽃이 환하겠지

 

     별이 되고 나비가 되고 넋이 되어도

     기다림은 自我를 발견하는 것일 테니

     찡하도록 아름다운 生이었다고 해도 좋을

     품에서 방금 꺼내 놓은 그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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