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바람의 혀 ㅡ 이양덕 본문
바람의 혀
이양덕
초월한 듯 보이지만 능동적이다.
방향을 알지 못하고 패쇄적인 듯해도
관심이 촉발되면 주저하지 않고
어떤 장애물도 거침없이 뚫고 가는,
부드럽게 껴안는 산들바람이었다가도
검객의 칼날처럼 매섭게 내두르는 혀!
슬픈 듯 꺼이꺼이 울음을 토해내고
어느샌가 볼이 시뻘게 지도록 비벼대며
가슴을 맞대고 얼싸안고, 달아났다가
다시 와서 부등켜 안고 쓰다듬어준다.
눈물이 콱 막혀서 파랗게 질려 있을 때
쏜살같이 숨구멍을 뚫어주고 뒤 쫓아온
궁노루와, 오목눈이, 구상나무, 물봉선은
하모니를 위한 음색의 높낮이를 조율하고,
단단한 돌멩이도 속도를 읽으며
질서를 따라 순화하고 있지 아니한가
편집증에서 벗어나 生과 死를 넘나들며
교차로가 없는 곳에 서 있는 사람과 사람을,
밤비가 쏟아지는 칠흑 같은 시간에
동과 서에서 줄달음치며 끈을 잇는 건
순리(純理)를 알고 있기 때문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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