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바람의 혀 ㅡ 이양덕 본문

※{이양덕의♡詩밭}

바람의 혀 ㅡ 이양덕

이양덕 2016. 9. 5. 08:53

 

 

 

    바람의 혀

 

                                  이양덕

 

 

      초월한 듯 보이지만 능동적이다.

      방향을 알지 못하고 패쇄적인 듯해도

      관심이 촉발되면 주저하지 않고

      어떤 장애물도 거침없이 뚫고 가는,

      부드럽게 껴안는 산들바람이었다가도

      검객의 칼날처럼 매섭게 내두르는 혀!

      슬픈 듯 꺼이꺼이 울음을 토해내고

      어느샌가 볼이 시뻘게 지도록 비벼대며

      가슴을 맞대고 얼싸안고, 달아났다가

      다시 와서 부등켜 안고 쓰다듬어준다.

      눈물이 콱 막혀서 파랗게 질려 있을 때

      쏜살같이 숨구멍을 뚫어주고 뒤 쫓아온

      궁노루와, 오목눈이, 구상나무, 물봉선은

      하모니를 위한 음색의 높낮이를 조율하고,

      단단한 돌멩이도 속도를 읽으며

      질서를 따라 순화하고 있지 아니한가

      편집증에서 벗어나 生과 死를 넘나들며

      교차로가 없는 곳에 서 있는 사람과 사람을,

      밤비가 쏟아지는 칠흑 같은 시간에

      동과 서에서 줄달음치며 끈을 잇는 건

      순리(純理)를 알고 있기 때문이겠지,

'※{이양덕의♡詩밭}'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진화하는 뺨 - 이양덕  (0) 2016.11.08
가을밤 - 이양덕  (0) 2016.10.18
수박을 쓰는 여름 - 이양덕  (0) 2016.08.15
캔디가 들려주는 말 - 이양덕  (0) 2016.08.03
한 발짝 뒤에서 - 이양덕  (0) 2016.07.15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