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수박을 쓰는 여름 - 이양덕 본문
수박을 쓰는 여름
이양덕
바다가 보이는 초록 행성
이마에 땀방울이 솟는 이유를 알고
불타는 햇살도 받아먹는다.
가슴 속에 태양과 검은 별이 떠 있고
초록 몸통에 그려진 검푸른 줄무늬는
은하의 파도소리가 음각된다.
술 익는 소리 후끈 달아오른 밤
숨 소리마져 떨리는 긴장 속에서
달콤하게 익었을까, 더위는 식힐까,
허공의 틈을 비집고 들어온 칼날이
몸통을 사정없이 가르자
선홍빛 속살이 탄성을 지른다
부드러운 혀에 감겨 사르르 넘길 때
태양의 색과 맛을 세포 속에 기록한다.
여름의 대지를 위하여
푸름은 확장되고, 꽃과 나비가 조우한다.
짧은 밤을 하얗게 지새운 사람들이
농익은 달을 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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