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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속도 ㅡ 이양덕

이양덕 2017. 3. 3. 09:01

 

 

  봄의 속도

      이양덕

    안간힘으로 바늘구멍을 빠져나오는 봄을,

    바람은 안과 바깥 사이에서

    속도를 재고 있는데,

    겨울과 맞서며 붉은 꽃등을 매달고 있는

    제라늄은 햇살을 꿀꺽꿀꺽 받아먹고

    하품이 쏟아지는 나른한 오후 세시에

    나비를 기다리다 수척해진 겨울남자에게

    노란 빛살이 쏟아지는 한낮을 부쳤는데

    목덜미가 시린 아침을 보내왔다.

    봄을 만져보기엔 이른 것인가

    전깃줄에 걸터앉은 낮달은 느릿느릿 여유롭고

    벌 나비 꽃을 찾아 해지는 줄 모르고

    깍지 낀 손가락 사이로 얼음장이 풀어지고

    꽃들은 앞다투어 달려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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