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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뺨 - 이양덕 본문

※{이양덕의♡詩밭}

진화하는 뺨 - 이양덕

이양덕 2016. 11. 8. 08:12

 

 

 

 

 

    진화하는 뺨

 

                                      이양덕

 

 

       하안거에서 깨어난 요정들의

       기지개 켜는 소리가 파릇파릇하다.

       창백한 뺨을 보면 가슴이 얼어붙는데

       분홍색 연지를 찍은 꽃과 나비가

       한 곳에 머물지 않고 어디를 향해

       무엇을 위해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는지

       멀리 인 듯 가까이서 초록은,

       영역을 확장하며 의지를 꽃 피우고

       복숭아, 자두, 앵두, 사과 풋열매들은

       얼만큼 치열했는지 뺨으로 말하겠다며,

       비오는 날엔 우산을 쓰지 않았고

       육천℃ 태양을 모든 숨구멍을 열어 삼키면서

       자신의 게으름 속으로 도피해버린

       무화과나무를 힐문하지 않는다.

       희망과 절망 사이에서 자기 확신으로

       차가움도 뜨거움도 목마름도 뛰어넘는데

       차르르 들려오는 소슬바람에 다 묻히고

       부서질 듯한 갈색 손을 내밀어서

       해처럼 방실거리는 사과를 쓰다듬으며

       사랑의 빛깔은 이토록 붉어야 한다고,

       불타는 가슴에서 꺼내놓은

       가을뺨 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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