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진화하는 뺨 - 이양덕 본문
진화하는 뺨
이양덕
하안거에서 깨어난 요정들의
기지개 켜는 소리가 파릇파릇하다.
창백한 뺨을 보면 가슴이 얼어붙는데
분홍색 연지를 찍은 꽃과 나비가
한 곳에 머물지 않고 어디를 향해
무엇을 위해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는지
멀리 인 듯 가까이서 초록은,
영역을 확장하며 의지를 꽃 피우고
복숭아, 자두, 앵두, 사과 풋열매들은
얼만큼 치열했는지 뺨으로 말하겠다며,
비오는 날엔 우산을 쓰지 않았고
육천℃ 태양을 모든 숨구멍을 열어 삼키면서
자신의 게으름 속으로 도피해버린
무화과나무를 힐문하지 않는다.
희망과 절망 사이에서 자기 확신으로
차가움도 뜨거움도 목마름도 뛰어넘는데
차르르 들려오는 소슬바람에 다 묻히고
부서질 듯한 갈색 손을 내밀어서
해처럼 방실거리는 사과를 쓰다듬으며
사랑의 빛깔은 이토록 붉어야 한다고,
불타는 가슴에서 꺼내놓은
가을뺨 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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