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자라나는 혀 - 이양덕 본문
자라나는 혀
이양덕
아기 주먹만한 사탕을 빨던 혀가,
불그스름한 귓불을 핥더니
기다란 혓바닥을 낼름거린다.
귀마개로 틀어막아도 간교하게 들락거리면서
가지런히 손을 모으고 흑장미를 바치며
달콤한 혀로 홀딱 반하게 해 놓고
비자나무 위에 올려놓은 채 비루하게
사다리를 치워버려 밤새 찬서리를 맞았다.
흐린 창문을 닦고 파란 하늘을 읽으며
비바람에 누운 풀잎이 부서질 듯 써 놓은
문장을 주저 않고 받아 읽어야
향기로운 말을 들려줄 수 있겠지,
꿀을 빨 땐, 나르시즘에 빠져들 테지만
독주를 마신 후에야 춘몽에서 깨어나
생의 본질을 알았다.
붉은 주단이 깔린 욕망의 계단을 질주하며
지향점을 잃은 미혹의 시간 속에서
침을 꿀꺽 삼키고 비겁하게 돌아 섰으며
서슬 푸르게 난도질을 했었지,
미아가 된 말이 슬픔을 전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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