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가시연 - 이양덕 본문

※{이양덕의♡詩밭}

가시연 - 이양덕

이양덕 2019. 11. 4. 08:31

 

가시연

 

                    이양덕

 

 

버들가지에 대롱거린 별이 질끈 감고

첨벙 물에 잠겨 이지러질 때

가시가 초록 물감을 풀어 원圓을 그리면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려

몸으로 쓰는 꽃말이 젖어 창백하다.

치마를 동그랗게 펼친 품에서

하현달은 깨어나지 않았다.

날개를 적시며 태胎를 품고 데려가 줄

가시나무새를 기다리는 동안

그가 성곽을 돌며 활촉을 쏠 때

호접몽도 아니건만 넋 놓고 바라보다

흘러가는 물 소리조차 모래톱에 갇혔으니,

불꽃이였는지 나비였는지 불현듯

몸을 열어 초롱을 밝힌 꽃이여,

애끊는 마음 사그러들지 않고 부풀 때도

신이 내린 둥근 가시면류관을 쓰고

꽃잎은 진홍색으로 물들었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