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가시연 - 이양덕 본문
가시연
이양덕
버들가지에 대롱거린 별이 질끈 감고
첨벙 물에 잠겨 이지러질 때
가시가 초록 물감을 풀어 원圓을 그리면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려
몸으로 쓰는 꽃말이 젖어 창백하다.
치마를 동그랗게 펼친 품에서
하현달은 깨어나지 않았다.
날개를 적시며 태胎를 품고 데려가 줄
가시나무새를 기다리는 동안
그가 성곽을 돌며 활촉을 쏠 때
호접몽도 아니건만 넋 놓고 바라보다
흘러가는 물 소리조차 모래톱에 갇혔으니,
불꽃이였는지 나비였는지 불현듯
몸을 열어 초롱을 밝힌 꽃이여,
애끊는 마음 사그러들지 않고 부풀 때도
신이 내린 둥근 가시면류관을 쓰고
꽃잎은 진홍색으로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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