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표정을 베끼다 ㅡ 이만섭 본문

※{이만섭시인서재}

표정을 베끼다 ㅡ 이만섭

이양덕 2020. 11. 28. 11:52

 

  표정을 베끼다

 

                            이만섭

 

 

 

입술을 다문 말을 옮겨 적는다.

손 끝으로 읽는 점자처럼

얼굴을 더듬어가며 느낌을 필사한다.

다 적어내지 못한 나머지를 따라 읖조리다가

물끄러미 치어다 보는데

그가 기분을 끌어안고 중얼대는 것이다.

설핏 아닌가 싶어

필사의 촉이 놓친 것을 곰곰히 헤아리다가

초상화에 담아내는 전신사조라는 말이 떠올라

거울과 거울 사이를 갈마들며

과묵한 얼굴을 해석하듯 유심히 살피는데

알 수 없는 부탁이 색채감으로 도드라진다. 

가슴을 드러내고 싶을 때 얼굴이 먼저

붉어진다는 것을 그가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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