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해바라기를 그리는 사람들 - 이양덕 본문

※{이양덕의♡詩밭}

해바라기를 그리는 사람들 - 이양덕

이양덕 2021. 12. 18. 11:41

 

 

해바라기를 그리는 사람들

 

                                     이양덕

 

 

몽마르뜨 언덕에선

무르팍이 훤히 드러난 청바지에

창이 헐떡거리는 염소 가죽구두를 신고

풀꽃에 코를 박고 색의 원소를 찾아낸 화가는

노랑색을 집착하는 노인의 지시에 귀를 틀어막았다

 

캔버스에 별을 밝혀놓고 손톱이 갈라지도록

자기의 색깔로 혼을 불어넣어 해바라기를 그렸다

발광체가 될 그날의 전설로 남기 위해

저 끝에서 블랙홀을 건너와 빛발치는 아름다운 색옷을 입혀야

키다리 꽃은 높은 옹벽도 찢어버릴 수 있으니까

 

해바라기에 대해 당신은 알고 있습니까,

날마다 예쁜 색으로 꽃단장하고 싶다는 걸

아픔이 살을 찔러서 피를 흘렸고

어둠에 갇힌 밤엔 저마다 슬픔의 휘장을 두르고

바라는 마음을 담아서 줄기부터 씨방까지

그리고 또 그렸다.

 

캄캄한 무덤에서 일어나 현상을 뛰어넘는 빛의 역동으로

자라나는 미움의 잡초들을 잘라내고

낮달과 굴뚝새 한 마리와 해변을 걷는 내가

비가 쏟아지는 칠흙의 바다에서 도망쳐

빛이 완성한 무지개를 보았을 때 감격의 눈물을 쏟았던 날처럼

영원히 빛나는 별로 살아있을 테니,

 

매일 태어나고 죽는 걸 두려워해서도 달아나서도 안된다

창조란 몸부림치며 나를 만들어가는 것

뒤돌아볼 시간도 후회할 시간도 허용될 수 없다

태양을 껴안고 불태운 꽃의 하루 하루가

신세계였다!

오래 기다리던 보랏빛 해바라기가 피었다. 

'※{이양덕의♡詩밭}'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붉은 눈(眼)- 이양덕  (0) 2022.01.04
메리 크리스마스 - 이양덕  (0) 2021.12.23
고양이 행복론 - 이양덕  (0) 2021.12.06
빨래 비누 - 이양덕  (0) 2021.11.26
바람의 얼굴 - 이양덕  (0) 2021.11.2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