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메리 크리스마스 - 이양덕 본문
메리 크리스마스
이양덕
기다리던 크리스마스가 오지 않는다
당신의 크리스마스를 들려주세요?
별을 따라온 동방 박사들이 베들레헴 말구유에서
탄생한 아기 예수께
예물로 황금, 유향, 몰약을 드린 거룩한 날에
사람들이 눈에 띄지 않고 예배당 종소리가 멀어져갔다.
늑대의 울음소리가 에워싼
죽음의 골짜기에서
눈부신 천사가 양치기 목동에게 들려 주었던
평화의 기쁜 소식이
주택, 구직, 결혼, 아이까지 포기한 MZ세대들은
복된 소식을 알지 못한 채 우울은 반복되고
서울역 찬바닥에 몸을 뉘이고
곰팡이 핀 신문지를 두르고 잠을 청했다
몸엔 사랑의 지문도 그리움도 희미해지고 탈출구도 닫혔다
점심 한끼 빌어 먹으려 살얼음 판에서 줄을 서는
내 이름은 노숙자,
폭죽 터지는 광경을 은총의 시간이라고 숭배하는 파티룸에서
영롱한 빛깔의 주얼리와 이브닝 드레스를 뽑내며
함박꽃을 손에 들고 사르르 녹는 속삭임에 영혼까지 살라버린
거룩한 밤 고요한 밤에
인류는 예수의 탄생 기록을 제멋대로 쓰는 중이다.
사가랴가 예언한 예수의 탄생이 이천 년 흘러왔으나
나는 불안과 혼돈 속에 빠졌다
예수를 팔아서 만복을 쌓아놓고
터진 배를 꿰매고 권력을 움켜쥔 사람들의 크리스마스 이브에
갈곳 잃은 천사가 울고 있다.
코로나19 델타변이 오미크론에 떨고
빛나는 별은 찬란한데 기쁨을 빼앗긴 우리에게
빨간 코 루돌프 사슴과 산타 할아버지는
코코가 펄쩍펄쩍 뛰며 좋아할 초콜릿 개집을 선물했다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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