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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왕제색도(仁旺齊色圖)*를 보다 본문

※{이만섭시인서재}

인왕제색도(仁旺齊色圖)*를 보다

이양덕 2009. 10. 8. 09:43

 

 

인왕제색도(仁旺霽色圖)*를 보다

 

이만섭

 

 

 

산이 폐부 깊숙이 운무를 드리웠다

견갑골 아래 반쯤 가린

비 갠 윤오월의 산색이 더욱 현묘하다

필시 한바탕 소나기에 감흥이 일어

천만 년 적묵으로 정좌한 산의 자태가

농묵의 때를 얻은 것인가,

골마다 질탕치는 물소리에

金剛心으로 발원한 붓끝은

도끼날로 장작을 팬 듯, 

싸리비로 마당을 쓸어내린 듯,

육신의 은거지에 음각을 하고

묵찰법(墨擦法)의 필의를 산골짜기에 秘藏하였다 

송림 사이로 드러난 山家의 지붕에도

촉촉하게 배어든 산기운은

낮게 내린 하늘을 이고

잿빛 궁륭(穹窿)을 머금었는데

老軀에 벗은 보이지 않고

비탈에서 마중하며 드는 처마는

차마 산제비라도 날아오를 듯 허공을 향해 뻗었다

무심한 세월에도 굳건히 변치 않고

그대 정녕 자연으로 순명해 갈 때까지 

이 한때 인왕의 흰 산의 품에

묵적(墨跡)하자는 게 아닌가

 

   

*겸재 정선의 산수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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