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달의 나이테 본문
달의 나이테 /이만섭
강물에 깃든 달이 흔들린다
물결이 일어 수표면이 일그러지자
그만 빠져나오려는 듯 뒤척인다
달은 필시 허공의 달빛을 타고
물을 마시러 나왔다가 빠졌을 것이다
아니 물의 고요를 탐하다가 그리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방 어디에도 입수한 흔적이 없으므로
모두 초연히 밤을 나던 것이다
전신이 한 켜의 단층이기에
물에 들어도 가장 깊은 곳에 몸을 두며
밤하늘에 떠오를 때도
등뼈를 휘어 나이테로 삼았다
휘영청 밝은 밤은 날개가 없으므로
나이테를 굴러 마실에 들었던 것이다
어디론가 떠나 밤을 환하게 비추며
둥근 생명력을 드러내고자 했던 것이다
그렇기에 달은 결코 수직으로 뜨는 법이 없었다
백조가 물 위를 걸어 날아오르듯이
지평을 굴러 몸을 평면으로 세우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방패연을 띄우듯이
이등변삼각형으로 서 있는 산의 접경지대에서
산 등을 타고 밤하늘에 오르는 것이었다
내가 밤마다 문밖을 내다보는 이유도
달이 밤하늘에 찍은 나이테 자국을
시나브로 전송해오는 까닭이다
달의 지문을 해독하는 나의 밤이
나이테처럼 복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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