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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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양덕의♡詩밭}

겨울 장미

이양덕 2010. 12. 28. 21:05

 

 

   겨울 장미/이양덕

 

 

 

 

     푸릇푸릇한 언어는 

     흔적도 없이 흩어져버렸구나

     붉게 수 놓았던 날들은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새들의 노래도 들리지 않은지 오래네

     바람은 온 몸을 휘감아 악마처럼 내뱉는다 

     넌 더 이상"여왕"이 아니야

     창백한 달빛 실루엣이 사위를 감싸는 밤

     혹한 추위가 날카로운 손톱을 세워

     여린 꽃잎을 할퀴는데

     한 잎 두 잎 다 벗어 주고

     뼈는 앙상하게 구부러진 체 

     혈관이 터져 신음하면서도

     나 살아 누군가에게 기쁨이 된다는 것은 

     정체성을 알아가는 의미로운 일 아니런가

     허공에 생의 書를 쓰는 겨울장미여,

     한겨울에도 마지막 심지를 돋우어

     찬란한 생을 불살랐건만 

     새벽을 맞도록 눈은 멈추지 않고 

     깊은 꽃잠에 들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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