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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푸레나무의 미간(眉間)을 읽다 본문

※{이만섭시인서재}

물푸레나무의 미간(眉間)을 읽다

이양덕 2011. 2. 21. 22:56

 

 

 

물푸레나무의 미간(眉間)을 읽다   

 

 

 

이만섭

  


 
볕 좋은 날, 개울가에서

이마와 이마를 맞대고 반짝이는 물푸레나무
푸른 이파리들을 보면

마음이 저절로 싱그럽다

 

나뭇가지 사이에서 소담하게 피워낸

흰 꽃을 언뜻 보았을 때
그 빛나는 생명의 환희는,

 

한 줌 햇살에도
가슴까지 밝아오는 기쁨이 있는가 하면
빛살이 닿지 못해 개화하지 못한 꽃봉오리 개울물 소리에

귀 기울이며 물푸레 물푸레 제 몸 풀어가는
어디에도 슬픔 한 점 없는 평상심이

더 아름답다

 

기쁨이나 슬픔이 안부를 물어 올 때,
공손한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얼굴과 얼굴 사이에 핀, 또 다른 꽃으로
기쁨은 떠받히고 슬픔은 흘려보내는 마음의 은신처를

몸 밖에 두었으니
   
나무는 자화상을 미간에 새기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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