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공장 주인은 영세자영업자다
오뉴월 가마솥 같은 지독한 무더위에도 에어컨 하나 없이
사방이 꽉 닫힌 내실에서 공장을 가동하는데
그 이타적인 역동의 날개 앞에 서면
골판지로 알고 흐르는 등골의 땀 줄기도 그만 수굿해지지만,
사통팔달 트인 곳은 자연이라는 게 인접해 있어서
본디 공장 따위는 들어설 수 없거니와
그곳의 자연풍을 얻지 못하는 소시민들은 오늘도 불가피하게
섭씨의 선풍을 애용하며 삶을 지지고 복는 것이다
공장의 가동률은 기온의 상승과 비례하겠는데
저 일률적인 제품들은 출하와 동시에 소비되는
독특한 운명적 유통구조를 제외하면
아이스크림을 생산하는 일과 엇비슷하다
까닭에 제품을 한 곳에 쌓아놓을 수 없을뿐더러
대체로 원하는 만큼 생산해야 하겠는데
전무한 저장성을 뺀 나머지 소용되는 경우에만
소비할 수 있는 것이 제품의 유일한 특징이기도 하다
벌새가 일 초에 일흔 번의 날갯짓으로 꽃 문 앞을 서성이는 일이나,
꿀벌이 일 초에 이백 번의 날갯짓으로 꽃술에 닿는 일이나,
모기가 일 초에 육백 번이 날갯짓으로 살갗에 독침을 꽂는 일이,
다 그것들의 바람은 생존 그 자체이겠지만
날개 사이 집약된 바람의 길을 열고 복제된 동선의 지구력으로
상관된 교감을 통해서 공생을 도모하는 일이란
비록 자연의 것에 천 분 만 분의 일에도 못 미칠지라도
혈혈단신 더위에 맞서는 날갯짓은 갸륵하다
바람은 언제나 있고 언제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