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겨울강 ㅡ 이만섭 본문

※{이만섭시인서재}

겨울강 ㅡ 이만섭

이양덕 2011. 12. 25. 13:27

 

 

 

 

 

       겨울강 - 이만섭

 

 

 

       그리움이란 입 꾹 다물고 쓰는 연서다

 

       가끔은 혼잣말을 풀어내듯 검지 끝으로

       허공을 찔러 동그라미를 그려보기도 하지만 

       귀는 가두지 못해 무심히 흘러드는 소릴 듣자니,

       제 몸 얼려놓고 녹여내는 간빙기의 물소리

 

       밤사이 내린 눈을 이불처럼 끌어안고 꿈꾸다가

       이 아침은 먼동을 득달같이 달려온 햇살에 부스스 잠 깨어

       수척한 얼굴 들여다보는 표정이 객쩍다

 

       몸 뒤척이며 나작나작 흘러온 세월

       아득해져 더는 견딜 수 없을 때

       다물었던 입 벌려 창유리에 입김 서려놓지만

 

       희뿌옇게 어린 갈망의 불립문자가

       대답이라도 하듯 어른거리다가 사라진다

 

'※{이만섭시인서재}'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양이를 엿보다 ㅡ 이만섭  (0) 2012.01.01
忍冬 - 이만섭  (0) 2011.12.30
겨울밤 - 이만섭  (0) 2011.12.24
내가 모래알이라는 생각이 들 때 - 이만섭   (0) 2011.12.23
의자의 형식 - 이만섭  (0) 2011.12.19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