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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서쪽으로 기우는 까닭은 /이양덕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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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서쪽으로 기우는 까닭은 /이양덕

이양덕 2012. 1. 26. 21:41

 

 

 

 

 

 

 

     내가 서쪽으로 기우는 까닭은 /이양덕

 

 

 

 

      내가 서쪽으로만 기우는 까닭은 

      그대 곁에 한 발짝 가까워지고 싶기 때문이지,

      서쪽으로 해가 기울고

      서쪽으로 달이 기울고

      그대가 떠날 때에도 

      서쪽을 향해 달리는 기차를 탓기 때문이지,

      어느 날 詩의 행간에 갇혀 생손을 앓을 때에도

      그대에게 용수철처럼 길게 뻗어 닿고 싶었어,

      겨울은 무심히 깊어가고

      바람소리에 돌돌 감기는 밤 

      환청인 듯 들려오는 그대 이름을

      한 음절 한 음절 부르며 갈잎처럼 나부끼는데

      노을은 붉은 눈물 뚝뚝 흘리고

      핏빛 같은 그리움에 발목을 적시면서

      아릿한 맘 속을 전하지 못하고

      자폐에 빠져드는데

      영화 속의 마법같은 사랑이 섬광처럼

      달콤했던 기억을 깨우며

      천 길 만 길 알 수 없는 미로 속으로 이끌고,

      봄은, 바야흐로 사랑을 잉태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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