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풀꽃의 아픔을 읽다 본문

※{이양덕의♡詩밭}

풀꽃의 아픔을 읽다

이양덕 2012. 6. 22. 22:03

 

 

 

 

 

        풀꽃의 아픔을 읽다 /이양덕

 

 


        

         포실한 햇살에

        수천의 눈이 살아오고

        엽맥은 눈부신 초록을 쏘아 올린다

        바람결에 당도한 전문을 받고 

        천리만리 날아온 나비 한 마리가

        풀꽃에 쳐박고 내력을 읽는 중이다, 

        아늑한 온실에서 탐스런 꽃을 피우기보다

        척박한 땅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소소한 풍경을 오밀조밀 가꾸며

        쌉싸름한 진한 생의 이야기를

        돋음체로 써내려가는 숲 속에

        난데 없는 기계음이 녹색 깃발을 짓밟고

        꽃잎은 겁에 질려 소스라친다

        한 뼘 영토를 위해 전심을 다해도

        귀 기울이지 않는 침탈의 자리에서 

        하고 싶었던 말은 무엇일까

        가여운 꽃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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