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무슨 병이 깊어 본문

※{이만섭시인서재}

무슨 병이 깊어

이양덕 2012. 11. 20. 11:59

 

 

 

 

 

 

    무슨 병이 깊어

 

       이만섭

  

 

      그대를 염려하는 이 저녁에도

      문밖의 풀잎들 이슬 지어 올리고

      땅속 갇힌 곳에서도 벌레울음 그치지 않느니

      편벽의 귀 곤두세우다가 아득해져

      나의 병은 더욱 깊어지고

      어둠 가운데 뒤척이는 고단함을 일으켜

      창에 내린 달빛 커튼 열어젖히니

      밤하늘 저편에서 내미는 소슬한 순례의 손길

      거룻배처럼 노 젓는 하현이 창백하다

      허공에 물결 짓는 달빛 바라보노니

      가슴은 왜 이토록 시린지

      헤매고 헤매어도 병 깊어지는 것이

      그대 가까이 다가가는 일이어서

      총총한 뭇 별들 빌러 반짝이는 불면으로

      어둠을 물리는 불여귀의 피 울음 소리

      가슴에 들여놓는 것이

      이 깊디깊은 적막을 견디는 일이기에

      나는 얼마를 더 아파야 할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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