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무슨 병이 깊어 본문
무슨 병이 깊어
이만섭
그대를 염려하는 이 저녁에도
문밖의 풀잎들 이슬 지어 올리고
땅속 갇힌 곳에서도 벌레울음 그치지 않느니
편벽의 귀 곤두세우다가 아득해져
나의 병은 더욱 깊어지고
어둠 가운데 뒤척이는 고단함을 일으켜
창에 내린 달빛 커튼 열어젖히니
밤하늘 저편에서 내미는 소슬한 순례의 손길
거룻배처럼 노 젓는 하현이 창백하다
허공에 물결 짓는 달빛 바라보노니
가슴은 왜 이토록 시린지
헤매고 헤매어도 병 깊어지는 것이
그대 가까이 다가가는 일이어서
총총한 뭇 별들 빌러 반짝이는 불면으로
어둠을 물리는 불여귀의 피 울음 소리
가슴에 들여놓는 것이
이 깊디깊은 적막을 견디는 일이기에
나는 얼마를 더 아파야 할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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