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조롱鳥籠의 발견 ㅡ 이만섭 본문
조롱鳥籠의 발견 /이만섭
우리들의 집과 우리들의 서랍은 입구가
가장 편리한 곳에 있다
울타리에 갇힌 집을 찾아가는 발길과
책상 속 서랍을 뒤져 쓸모를 가져오는 손길과
그 동일성의 경계를 지나면
언제라도 노래하기 좋은 공터가 있는데
그늘이라고 불릴만한 구석에서 자란 무화과나무
저 꽃 피울 수 없는 나날들
무료의 시간이 오면 우듬지에 날아와 새가 노래한다
노래하다가 제 흉금 깊이 담아놓은
외로움 주머니를 근근이 열어보곤 하는데
거미줄처럼 얽힌 창의 한 가운데인들
조롱은 조롱만일 때 한그루 새의 나무다
적막을 깨워 삶의 영역이
숲이라는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 새는
한 톨의 풀씨를 얻어 노래하고
문득 노래에 섞어 우는 소리 집 밖에서 들을 때
우리들의 귀는 새의 노래를 듣는 것이 아니라
적막 속에 가둔 슬픈 생을 목격하는 것이다
천정이 허공을 매달고 고요가 구석을 차지한
우리들의 집에 별은 언제 뜰 것인가
저녁 나무에 쓸쓸히 앉아
비를 맞지 않고도 젖어 노래하는 새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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