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숨어 있는 방 - 이만섭 본문
숨어 있는 방
이만섭
칼새가 잠들기 좋은 곳을 나는 알고 있다
겨울이 혹독할수록 불 꺼진 방들 하나 둘 늘어
어두워지는 골목을 깊게 장식하는데
바람은 귀를 열어 사냥꾼처럼 저녁을 수소문한다
모감주나무 녹색 포자 속에 똬리를 튼 검은 열매로
알싸한 풍경을 등지고 촘촘히 박힌 방들의
천정에 아직은 희미한 알전구를 매달아
제 몸 쪼아가며 피돌기를 재촉하는 칼새들
서러운 밤의 온도가 응고되기 전에
오목가슴에 부리를 묻고 어둠을 건너간다
방은 툰드라 속 에스키모인의 집
어떤 안부도 물을 수 없는 무덤 같은 빗장이 걸리고
심장에서 뿜어 올리는 입김만이
별빛 아래 창마다 성애꽃을 피운다
아침이 찾아왔을 때 방문이 열리자
하드 통처럼 드라이아이스를 피어 올리며
밤사이 죽어 있다가 살아난 새들이
차가워진 심장을 털고 푸드덕- 허공을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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