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국수는 순하다 - 이만섭 본문

※{이만섭시인서재}

국수는 순하다 - 이만섭

이양덕 2012. 12. 30. 15:01

 

 

 

 

 

 

국수는 순하다

 

이만섭

 

 

 

둥근 대접에 무음소로 말아진 국수가

젓가락 끝에서 한 번 더 배시시 웃는다

 

노란 달걀 고명은

순해터진 성정을 잠시 가려놓은 것일 테지만

그것은 즐거운 식사를 부탁하는 일이어서

이내 흰 잇속을 드러내 보이는 고분고분한 면발에 대해

누구라도 생각을 모내지 않는다

 

일상 속에서 약속을 하고 시간을 나누기까지

오랜 내력으로 들어앉은 소박함 때문에

마침내 우리는 국수를 선택했고

그것은 얼마나 흔연한 형식이 되었는가,

 

유월 남풍에 밀 익던 시절,

밭 언덕 아래 개울에서 휘휘- 송사리 떼 몰아

깜장고무신에 담아놓고 푸른 그늘이 지워질 때까지

이마를 맞대고 해찰하던 아이들

 

네가 웃을 때 나도 웃듯이

握手 같은 말 풀어내며

우리는 그때 맑은 개울물처럼 잔잔히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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