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默書로 읽는 강 ㅡ 이만섭 본문
默書로 읽는 강
이만섭
돌처럼 나무처럼 놓여
누군가 지나갈 때 길이 되듯이
강을 향해 말 풀어낸다
깊어간다고,
강은 그 말 실어 보내고
결가부좌에 들어
다시 돌처럼 나무처럼 침묵한다
강에 이르는 길을 또 만난다
빗장을 걸어놓고
산 너머 날개를 달고 가는 물길로
허공에 펴놓은 푸른 도화지에
적어 나르는 생각들,
마음이 닳아 사라질 때
말갛게 지워지는 강
강을 찾아 나서는 사람아
그리움처럼 아무 말 말아라,
그대의 간격을 좁히기 위해
곰비임비 넘실거리던 사랑을
강에 버릴 수 있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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