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默書로 읽는 강 ㅡ 이만섭 본문

※{이만섭시인서재}

默書로 읽는 강 ㅡ 이만섭

이양덕 2013. 2. 25. 03:13

 

 

 

 

     默書로 읽는 강

 

 

    이만섭

 

 

 

    돌처럼 나무처럼 놓여

    누군가 지나갈 때 길이 되듯이

    강을 향해 말 풀어낸다

 

    깊어간다고,

    강은 그 말 실어 보내고

    결가부좌에 들어

    다시 돌처럼 나무처럼 침묵한다

 

    강에 이르는 길을 또 만난다

 

    빗장을 걸어놓고

    산 너머 날개를 달고 가는 물길로

    허공에 펴놓은 푸른 도화지에

    적어 나르는 생각들,

    마음이 닳아 사라질 때

    말갛게 지워지는 강

 

    강을 찾아 나서는 사람아

    그리움처럼 아무 말 말아라,

 

    그대의 간격을 좁히기 위해

    곰비임비 넘실거리던 사랑을

    강에 버릴 수 있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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