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나와 밀교(密敎) - 이만섭 본문
나와 밀교(密敎)
이만섭
집에 혼자 있는 날, 조용히 쉬고 싶은데
누군가 초인종을 누른다
현관문을 열고 사방을 둘러봐도 아무도 없다
복도 끝집 구석에 옹기항아리가 부도처럼 눟여 있을 뿐,
고요를 펴놓은 자리로 돌아와 마음을 가라앉히는데
다시 누르는 총인종 소리에 고개 갸웃거린다
도대체 누구일까,
어디에 숨어 있다가 그새 나타난 것일까,
그는 비밀을 가장해서 나를 속이는 것은 아닐까,
속지 않고 싶어 마음 두지 않기로 한다
그런데 궁금하다, 조용히 기도하듯 있고 싶은 마음을 그는
어떻게 알았을까, 그의 시험은 이미 내게 들어와
만다라를 보여주고자 내 생각을 둥글게 말아놓고 있다
나는 그가 누구인지 알 수 없지만 비밀스러운 그의 행위가
나를 앉힌 채로 반가사유상을 지어놓고
생불의 기회를 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나도 모르게 자세를 고쳐 고요의 교리를 묵독한다
혼자 있고 싶은데 혼자 있지 못하는
밀교의 교주처럼,
'※{이만섭시인서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타일리스트 - 이만섭 (0) | 2015.01.18 |
---|---|
초콜릿 감정 - 이만섭 (0) | 2015.01.14 |
樂工 ㅡ 이만섭 (0) | 2014.12.28 |
고양이와 잠 - 이만섭 (0) | 2014.12.27 |
새똥 ㅡ 이만섭 (0) | 2014.12.21 |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