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스타일리스트 - 이만섭 본문
스타일리스트
이만섭
그의 옷이 나를 공격한다,
그의 팔과 이목구비가 뒤따른다,
달리기 선수가 트랙을 공격하듯이
나는 엎질러지고,
반짝이며 뽑아내는 눈부신 본능에 이끌려
납짝했던 그가 불쑥 튀어나온다,
그는 천변만화를 꿈꾸는 사람
그 꿈이 가닿은 자리는 그를 위한 대상으로 태어난다,
여기 놓인 것이 저편에서
저편에 놓인 것이 이편에서
한방에 터트린 표정으로 빛난다
백화점 쇼윈도 앞에 서면
쇼핑이라는 날개 달린 착란의 습관이
마네킹과 대화하기 시작한다,
머플러가 내 것보다 화려한 이유에 대하여
모자가 내 것보다 높이 위치한 것에 대하여
그의 외관이 시선을 공격한다,
삼투되듯이 읽히고 읽히는 그는
접히지 않는 표면의 수호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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