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아욱국 - 이양덕 본문

※{이양덕의♡詩밭}

아욱국 - 이양덕

이양덕 2015. 5. 31. 11:56








       아욱국


 

        이양덕




      쌀뜨물에 된장을 풀어서 끊인

      아욱국은 사립문 닫아걸고 먹는 거라고,

      겨드랑이에 핀 꽃을 잎으로 감싸고 있듯이

      지붕에 박처럼 주렁주렁 열린 아이들 만큼은

      굶주림에서 지켜내고야 말겠다는

      모성애의 결기가 혀끝에 느껴지는데,

      아욱의 푸른 피가 다 빠지도록 치대고 나서

      피멍든 가슴에 붉은 피가 돈다는 것을

      나는, 손으로 만져보았네,

      식욕을 돋우는 국을 한 수저 뜨자

      텃밭을 옮겨놓은 듯 식탁은 파릇파릇하고

      담박하게 끊여낸 국 한 그릇에

      곡진한 생을 담아낼 수 없으나

      쌉싸름하고 풋내나는 삶을 엿볼 수 있었으니

      지금도 당신의 엷은 미소가 떠오르고

      황량한 들판에 파랑으로 넘실거리는

      저 무한한 땅심을,

      내게도 먹이고 싶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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