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아욱국 - 이양덕 본문
아욱국
이양덕
쌀뜨물에 된장을 풀어서 끊인
아욱국은 사립문 닫아걸고 먹는 거라고,
겨드랑이에 핀 꽃을 잎으로 감싸고 있듯이
지붕에 박처럼 주렁주렁 열린 아이들 만큼은
굶주림에서 지켜내고야 말겠다는
모성애의 결기가 혀끝에 느껴지는데,
아욱의 푸른 피가 다 빠지도록 치대고 나서
피멍든 가슴에 붉은 피가 돈다는 것을
나는, 손으로 만져보았네,
식욕을 돋우는 국을 한 수저 뜨자
텃밭을 옮겨놓은 듯 식탁은 파릇파릇하고
담박하게 끊여낸 국 한 그릇에
곡진한 생을 담아낼 수 없으나
쌉싸름하고 풋내나는 삶을 엿볼 수 있었으니
지금도 당신의 엷은 미소가 떠오르고
황량한 들판에 파랑으로 넘실거리는
저 무한한 땅심을,
내게도 먹이고 싶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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