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못난이의 詩 - 이만섭 본문

※{이만섭시인서재}

못난이의 詩 - 이만섭

이양덕 2016. 1. 28. 06:56










    못난이의 詩


                           이만섭




      지난가을 분갈이하려고 화분 하나 주워왔는데

      그만 시기를 놓치던 중

      주워온 화분에서 무 싹이 올라왔다

      뽑아내려다가 그마져 귀찮아 잎들을 싹둑 잘라냈는데

      죽은 듯 다소곳하던 자리에서 다시 파랗게

      새순을 밀고 올라왔다 두고 보노라니

      어느덧 나도 모르게 주변이 풋풋해진 기분이다

      손 안 대고 분갈이라도 한 듯, 지내는데

      어느 날 톱니 같은 잎을 펴 기지개를 켜듯 껑충

      뻗친 새잎이 가상하다

      한겨울에 느끼는 초록의 맛을

      고사리 같은 손으로 들어 올려 보여주듯

      잔챙이 무가 이 겨울을 푸르게 담아내고 있다

      흙에 뿌리를 두고 삼한을 나는 것인데

      세일을 한다며 아내가 공판장에서

      한 개 천 원에 종아리만 한 무보다

      열 배 스무 배 더 싱싱해 보이고 소중한 것은 못난 탓이리라,

      지난가을 오갈이 들어 화분째 버려진 것을

      보란 듯 제 세상 내보인 못난이가

      푸른 더듬이를 지닌 한 편의 시가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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