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나무의 冬眠 ㅡ 이만섭 본문

※{이만섭시인서재}

나무의 冬眠 ㅡ 이만섭

이양덕 2017. 12. 21. 10:51









나무의 冬眠

                    

          이만섭




 

아무리 보아도 우듬지가 보이질 않는 게

거꾸로 처박힌 게 확실하다.

이마져 자신을 돌아보기 위해 내려간 자리일지도 모른다.

그늘을 짓지 않았으니 홀가분하긴 한데

그런데도 무슨 연유인지

팔뚝의 힘줄까지 또렷하게 드러낸 저 나무가

한지에 찍어놓은 목판화 같다.

귓불이 빨갛도록 추위에 시달리면서도

지난밤을 견디고 맞이한 굳센 서리 아침

꿈속의 폐림지 같은 뒤꼍의 빈숲은 어떻게 두고 왔을까,

몸피를 훑고 간 바람의 문신이며

푸른 기지개에도 끄덕 않던 여름날의 겨드랑이며

낱낱이 드러난 풍경의 안쪽에서

직립의 시간을 견디는 발등이 가지런하다.

저 고요를 투명에 담아내느라

카메라맨처럼 여념 없는 창문들을 비집고

들어선 말간 햇살이 나무의 침묵 곁에 다가와

딱딱한 등걸을 쓰다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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