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나무의 冬眠 ㅡ 이만섭 본문
나무의 冬眠
이만섭
아무리 보아도 우듬지가 보이질 않는 게
거꾸로 처박힌 게 확실하다.
이마져 자신을 돌아보기 위해 내려간 자리일지도 모른다.
그늘을 짓지 않았으니 홀가분하긴 한데
그런데도 무슨 연유인지
팔뚝의 힘줄까지 또렷하게 드러낸 저 나무가
한지에 찍어놓은 목판화 같다.
귓불이 빨갛도록 추위에 시달리면서도
지난밤을 견디고 맞이한 굳센 서리 아침
꿈속의 폐림지 같은 뒤꼍의 빈숲은 어떻게 두고 왔을까,
몸피를 훑고 간 바람의 문신이며
푸른 기지개에도 끄덕 않던 여름날의 겨드랑이며
낱낱이 드러난 풍경의 안쪽에서
직립의 시간을 견디는 발등이 가지런하다.
저 고요를 투명에 담아내느라
카메라맨처럼 여념 없는 창문들을 비집고
들어선 말간 햇살이 나무의 침묵 곁에 다가와
딱딱한 등걸을 쓰다듬고 있다.
'※{이만섭시인서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선화에 부쳐 - 이만섭 (0) | 2018.01.13 |
---|---|
페이퍼의 연인 - 이만섭 (0) | 2018.01.02 |
등 뒤에 까맣게 가려진 정체성이 몸을 흔들어 깨울 때ㅡ 이만섭 (0) | 2017.12.17 |
오래된 세월 - 이만섭 (0) | 2017.12.08 |
연못 ㅡ 이만섭 (0) | 2017.11.19 |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