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식물성 - 이만섭 본문

※{이만섭시인서재}

식물성 - 이만섭

이양덕 2018. 2. 5. 04:22









식물성


               이만섭




심장도 없이 허파만으로

햇빛에 보면 허파도 없고 표정만으로

움직이는 것들과 맞서

묵묵히 일광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알고 보면 생은 일광을 찾아가는 과정이지만

저 또한 삶인가!

이것은 내가 내게 묻는 질문일 뿐

삶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

그런 네가 나의 비밀을 지켜준다니,

나 또한 입장이 바뀐다면 다르지 않을 터에

벗으로 두고 싶을 때가 있다.

그것은 입이 없어 침묵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있는 듯 없는 듯 드러내지 않는 미덕 같은 내력이 있어

내가 너를 믿는 믿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를테면 수면을 뚫고 나온 얼음이

저수지의 거대한 입을 가로막아놓듯

물만이 지닌 내구력으로 짱짱하게 가두어놓은 침묵이

나의 생각을 차지하기까지

온전히 내게 갇혀

어둠의 물줄기 같은 고요가 몸의 피돌기로 흐를 때

나 또한 너의 비밀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이어야겠다.

이토록 착하디착한 네게

그 동물 같은 교활함마저도

무릎을 꿇을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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