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봄빛 - 이만섭 본문

※{이만섭시인서재}

봄빛 - 이만섭

이양덕 2018. 3. 11. 07:59








봄빛

                 이만섭

 

유리문을 뚫고 들어온 악어배나무

가지가 거실 바닥에 방패연살처럼 달라붙어 있다.

 

가만히 보니

마른 나무에 기대어 있는 햇빛

사나운 겨울을 무사히 통과한 우듬지가 까맣게 그을렸다.

제 집에 갇혀 사는 달팽이 같은 나무가

햇빛을 좇아 마실 나온 것이다

 

또 가만히 보니

제자리를 공전하는 나뭇가지들이

아직 깨어나지 못한 거실의 어둑한 구석을 향해

햇빛이 입혀준 마른 실루엣을 흔들어 보인다.

 

어떤 遭遇이기에

저리도 가만하고 다정한 것이냐,

 

내가 나를 불러

여기 보란 듯

창가에 서서 갸웃갸웃

내게 당도하지 못한 먼 소식 마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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