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봄빛 - 이만섭 본문
봄빛
이만섭
유리문을 뚫고 들어온 악어배나무
가지가 거실 바닥에 방패연살처럼 달라붙어 있다.
가만히 보니
마른 나무에 기대어 있는 햇빛
사나운 겨울을 무사히 통과한 우듬지가 까맣게 그을렸다.
제 집에 갇혀 사는 달팽이 같은 나무가
햇빛을 좇아 마실 나온 것이다
또 가만히 보니
제자리를 공전하는 나뭇가지들이
아직 깨어나지 못한 거실의 어둑한 구석을 향해
햇빛이 입혀준 마른 실루엣을 흔들어 보인다.
어떤 遭遇이기에
저리도 가만하고 다정한 것이냐,
내가 나를 불러
여기 보란 듯
창가에 서서 갸웃갸웃
내게 당도하지 못한 먼 소식 마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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