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새가 날아왔으면 ㅡ 이만섭 본문
새가 날아왔으면
이만섭
창은 새를 향한 출구
새의 날개가 공중을 저을 때
자유를 드로잉하는 투명한 페이퍼
곰곰 서성이는 내가 적적해진 나무와 같다
나는 새를 궁리하는 중이다.
하지만 날개의 방식을 숙지하고 싶어도
선물처럼 받드는 것인데
저편 피안의 손길이 내민 나지막한 한 꽃송이에
나도 모르게 무거움을 실토하듯
제자리에 몸을 수직으로 세운다.
그러나 나는 나무처럼 기다리지 못하고
단지 서성일 뿐이다.
꽃나무 사이로 봄빛 녹아드는데
내 안의 그늘 같은 지루한 자리 번져만 가고
장다리꽃 흰나비 기다리듯
공중을 향해 새를 그려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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