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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소멸 - 이양덕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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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소멸 - 이양덕

이양덕 2019. 12. 6. 11:12





 아름다운 소멸



                         이양덕




 활시위를 팽팽하게 당기는 가을을 위해

 빨강 노랑 초록이 마가리타 칵테일을 만든다.

 발바닥은 뜨겁고 입술은 붉었으며

 석류 유혹에 빠져버린 혀는 오래가지 못하고

 마지막 불태우는 태양을

 껴안고 으스러지는 불기둥이 되었다.

 은행나무 우체국에 몰려온 사람들

 눈물이 사그락거리는 낙엽의 속말이 아파

 얼굴을 잃은 별에게 웃음을 찾아준다.

 나뭇잎은 떠날 때 푸른 눈 움켜쥐고

 갈바람이 할켜 검붉은 수포자국 뿐인 꽃잎이

 버석한 등에 업혀갈 땐 눈이 짓물렀다.

 벌거숭이 된 나의 하루가

 무심하게 신의 입자 속으로 사라지듯이

 젖꼭지 빨고 있는 손주 비틀린 지팡이 등 굽은 할머니가

 시작과 끝이다.

 소멸은 후일(後日)을 위한 것

 첫눈 내린 날 모란을 위해 기도하겠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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