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사라진 이름들 ㅡ 이양덕 본문
사라진 이름들
이양덕
시름시름 앓던 장미는 가시마져 뽑혀
피멍들고 꺾이고 의문에 쌓인 오월에,
아버지 마중을 나간 아들은
승객의 지문을 지워버린 버스에서
얼굴 없는 영정사진을 안고 돌아왔다
터미널에서 주남저수지 가는 막차를 탄
여자 친구가 실종됐다는 통지문을 받았다.
공중에서 뛰어내린 군화발이
가슴을 찢고 폐와 심장을 꺼냈다.
고모 삼촌 오빠 누나 조카 어머니 아버지는
명패를 빼앗기고 쇄빙선에 실려
달의 뒷편으로 멀어져간 그리운 이름이여!
거리의 자동차도 울부짖었다.
목적을 위해 표적 삼아 몰살沒殺한 그날,
자유를 유린당한 손가락으로 기록한
비사秘史가 전일빌딩 벽에서 걸어나와
얼어붙은 동토를 열고 사부작거린다
이름표를 달고 지옥에서 부활한 나비 떼다!
무력으로 봉인한 비밀문이 활짝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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