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직박구리 /이만섭 본문
직박구리 /이만섭
모감주나무 가지 사이 새의 뺨이 붉다
서편을 향한 상기된 목울대는
음표를 붙여놓은 듯 높은음자리를 차지했는데
저녁빛살이 얹힌 왼뺨에 눈빛을 맞춘다
본디 그것은 회갈색이었다
땅거미 질 무렵 쓸쓸한 허공 같은
나무의 등걸보다 더 거무데데한 단색조인 채,
그래도 새는 노래한다
노랫소리 한동안 낭랑하더니
붉은 뺨을 견딜 수 없다는 듯 괴성을 지르며
공중을 향해 박차고 나는데
나무의 노란 별꽃들 나선형으로 지며
거기 총총히 박힌 금강자의 탄생을 알린다
사과껍질을 받쳐 든 나는 황급히 손을 거두고
빈손으로 새를 맞는 창가,
나무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일이
순연한 기다림으로 오듯이
새가 날아와 노래할 때 나뭇가지는 그 자취일 뿐,
내 흔적이 사라진 뒤,
직박구리는 어느 사이엔가 날아와
나머지 오른 뺨마저 저녁빛살에 내주고
목청을 높여 세레나데를 부르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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