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못다 한 말 ㅡ 이만섭 본문
못다 한 말
이만섭
아버지는 不備書의 지존이셨다
객지를 떠도는 아들에게
아무개 보아라, 하고 서두를 시작해서
만리장성으로 풀어쓰는 사연들인데
맺는말은
할 말은 무궁무진하나 이만 줄인다, 는
아득한 감정을 애틋하게 생략하며
그 여운 때문에 오만가지 생각들이 머릿속을 맴돌다가
편지의 뒷장에 붙어 후렴처럼 따라와
잠자리에서도 뒤적뒤적 가슴에서 읽힌다
그립다는 것은 등 뒤에 숨어서
하고많은 이야기를 달밤의 거미줄처럼 풀어내는 것인데
그와 같은 말들을 더욱 애오라지 읽히게 하고
끝내는 당신이라는 테두리에 가둬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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