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가을의 뒤란 ㅡ 이만섭 본문

※{이만섭시인서재}

가을의 뒤란 ㅡ 이만섭

이양덕 2012. 10. 5. 09:31

 

 

 

 

 

  가을의 뒤란

 

    이만섭

 

 

 

   햇살이 커튼처럼 내려앉는 담장 가

   일식에 든 듯 그늘에 점령된 고욤나무 모퉁이에

   콩꼬투리를 매단 채 대궁이 굴러 왔다

 

   바람은 커브 길에서 모로 누운 콩대를

   자꾸 양지쪽으로 밀어 넣으며

   뒷산의 멧비둘기를 부르는 중이었다

 

   지난여름 산비탈 밭에서 열매들 익힐 때

   녹음 속에서 연애질이나 하며 꾸르륵 꾸꾸 잘도 놀아나던

   그 조화 속을 얻어 여름을 나누었으니

 

   막바지 알곡을 거둬가는 마당에

   인심이 다 챙기지 못한 허실을 핑계 삼아

   그늘진 곳으로 한 마당 가을볕을 마련하는 것인데

 

   그쯤은 한 줌 햇살도

   보송보송 꽃처럼 피는 것을 알고 있는 듯

   고수레 같은 몫으로 불러대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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