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가을의 뒤란 ㅡ 이만섭 본문
가을의 뒤란
이만섭
햇살이 커튼처럼 내려앉는 담장 가
일식에 든 듯 그늘에 점령된 고욤나무 모퉁이에
콩꼬투리를 매단 채 대궁이 굴러 왔다
바람은 커브 길에서 모로 누운 콩대를
자꾸 양지쪽으로 밀어 넣으며
뒷산의 멧비둘기를 부르는 중이었다
지난여름 산비탈 밭에서 열매들 익힐 때
녹음 속에서 연애질이나 하며 꾸르륵 꾸꾸 잘도 놀아나던
그 조화 속을 얻어 여름을 나누었으니
막바지 알곡을 거둬가는 마당에
인심이 다 챙기지 못한 허실을 핑계 삼아
그늘진 곳으로 한 마당 가을볕을 마련하는 것인데
그쯤은 한 줌 햇살도
보송보송 꽃처럼 피는 것을 알고 있는 듯
고수레 같은 몫으로 불러대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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