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누비저고리의 기억 - 이양덕 본문
누비저고리의 기억
이양덕
등 뒤에서 피는 꽃은 보랏빛이다
빨랫줄에 누비저고리가 고리를 잇고 있다,
매일 잘려나간 기억조차 아득한 그날들
골무를 끼고 물집이 생기고 굳은살이 박히고 군데군데 희미해진 필름을 돌리는데 스크린은 파란 하늘이다,
아직 따듯한 손이 어린 자식을 품에 안고
누비저고리는 얼룩지고 실밥이 풀리고 색이 누렇다
부시도록 하얀 옥양목에 목화솜을 놓고
비단실로 수 놓으면 모란이 피고 나비도 날아왔지
칭얼대면 물리던 아까정끼(머큐롬)을 바른 젖꼭지도
가난에 오그라든 가슴을 다림질한 인두도
쪽빛 치마를 날개처럼 펼쳐 훨-훨 날아갔다
사라져간 것은 기억 속으로 빠져들게 하고
밤마다 별이 뜨는 걸 보면 누군지 알겠네
손을 뻗으면 금방 닿을 것 같은 당신,
해마다 꽃으로 피어나 웃음꽃을 수 놓고
비탄에 젖은 가슴이 너덜너덜 해질 때
지문 없는 손으로 박음질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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