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식탁 - 이만섭 본문
식탁
이만섭
반쯤 열린 창문으로 부엌에 든
나비가 꽃처럼 날아다닌다
무뚝뚝한 식탁을 위해
왈츠를 추듯이 허공을 짓는다
한 벌의 재롱 때문에 바깥이 된 기분으로
모여 식사를 즐기는 입들,
그럴 때 식탁은 조금 부끄럽다
가족들에 둘러쌓인 한때의 시간조차
침묵해야 하는 것이 낯설다
단란한 시간을 즐기는 일을 즐겁다고
말하지 못하는 것이 아쉬워
나비는 그릇들을 떠받친 유리판 위에
마침내 사뿐히 날갤 접는다
목석 같은 식탁의 입이 둥글게 벙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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