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 이만섭 본문

※{이만섭시인서재}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 이만섭

이양덕 2016. 2. 12. 10:01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이만섭




     꽃도 아닌

     꽃을 피운 나무도 아닌

     나무와 나무 사이 공터 같은 곳을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그곳은 풋풋한 초원이었다가

     구름 동산이 되었다가

     오색 극락조 날아온 보르네오 숲이 되었다가


     그 너머 흐르던 시냇물이

     귀밑을 흐를 때까지

     산은 잠자코 따라와 푸른 벽으로 둘러지고

     나는 그곳의 풍경지가 되어

     나의 벽에 풍경을 건다


     내게도 창 없이 볼 수 있는 공터가 생겼다

     해 지고 어두워져도 램프를 켜

     바라불 수 있으니

     내 마음의 회랑에 나가 너를 본다


     세상의 그리운 것은 별이 되느니

     밤이 와도 또렷이 눈빛 마주칠 수 있어

     어두운 시간도 고귀한 선물


     내 잠든 머리맡에 놓인 한밤의 사다리를

     타고 내려오는 광채들

     가슴에 쌓이고 쌓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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