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잎 - 이만섭 본문
잎
이만섭
까닭이야 있겠지만 저 알 수 없는 달싹거림
입이라고 부를 수 없어
잎이라고 고백하는 혀가 있네
햇빛을 핥다가도
빗물을 삼키다가도
바람이 지나가면 바람을 불러들이는 입의 말,
나무는 그 말 좇다가
간밤을 뜬눈으로 지새웠네
속절없이 흔들린 모가지 뻣뻣해진 그대로
나무에 기대어 등걸잠에 든 나뭇가지들
생명이 숨 탈 때면 기다렸다는 듯
깜깜한 지층의 뿌리를 깨워
수천수만의 숨구멍들이 열리고
푸른 혀들의 말이 사방으로 날아오를 때
난간마다 반짝이는 나무의 기쁨을 받쳐 든, 그런
잎의 희열을 나누는 마음이 푸르네
'※{이만섭시인서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춤추는 뿔 - 이만섭 (0) | 2016.03.29 |
---|---|
봄밤이 찾아오는 길목 - 이만섭 (0) | 2016.03.05 |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 이만섭 (0) | 2016.02.12 |
어둠 속의 노래 - 이만섭 (0) | 2016.02.08 |
겨울 아침의 대답 - 이만섭 (0) | 2016.02.03 |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