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잎 - 이만섭 본문

※{이만섭시인서재}

잎 - 이만섭

이양덕 2016. 2. 20. 07:49











    잎  


               이만섭




      까닭이야 있겠지만 저 알 수 없는 달싹거림

      입이라고 부를 수 없어

      잎이라고 고백하는 혀가 있네


      햇빛을 핥다가도

      빗물을 삼키다가도

      바람이 지나가면 바람을 불러들이는 입의 말,


      나무는 그 말 좇다가

      간밤을 뜬눈으로 지새웠네


      속절없이 흔들린 모가지 뻣뻣해진 그대로

      나무에 기대어 등걸잠에 든 나뭇가지들


      생명이 숨 탈 때면 기다렸다는 듯

      깜깜한 지층의 뿌리를 깨워

      수천수만의 숨구멍들이 열리고

      푸른 혀들의 말이 사방으로 날아오를 때


      난간마다 반짝이는 나무의 기쁨을 받쳐 든, 그런

      잎의 희열을 나누는 마음이 푸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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