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덕의 詩 文學
춤추는 뿔 - 이만섭 본문
춤추는 뿔
이만섭
달팽이는 두 뿔로 춤추며 길을 간다
길 가다가도 행인을 만나면
가까이 와서 어울러 춤추어 볼 생각 없느냐며
이런 풍광에 기대어 살아보면 어떻겠냐고
은근히 꼬드기는 거다
이 풀잎에서 저 풀잎으로
가만가만 소곤거리며 춤추는 뿔들은
유유자적도 그만이어서
그 나름 선경에 드는 법을 체득한 것이다
우리네 삶이 피차 강을 건너듯 사는 일인데
허둥대다가 우리는 하루해를 넘겨 먹고
저 굽은 등의 객은 몸뚱어리
하나만으로 태평성세의 내력을 쓰며
사는 일이 춤사위 끝에서 나온다는 듯
날 저무는 것도 잊고
느려터진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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